하워드 막스(Howard Marks)는 오크트리 캐피털(Oaktree Capital)의 공동 창립자이자, 부실채권(Distressed Debt)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투자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습니다. 그가 1990년대부터 작성해온 메모(Oaktree Memos)는 워런 버핏도 매번 읽는다고 공언할 만큼 투자자들에게 권위 있는 자료로 자리잡았습니다.
막스의 투자 철학은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시장을 예측하지 말고, 위치를 파악하라"는 것입니다. 그는 정확한 꼭지나 바닥을 맞히려는 시도가 비합리적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 가늠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 글에서는 그의 대표 저서 『투자에 대한 생각(The Most Important Thing)』과 『사이클의 마스터리(Mastering the Market Cycle)』에서 추출한 핵심 사고 프레임을 정리합니다. 단정적 매수·매도 신호로 활용하기 위한 글이 아니며, 투자 판단의 보조 프레임으로 참고하시기를 권장합니다.
사이클은 예측이 아닌 위치 판단의 문제다
경기, 신용, 기업 이익, 투자 심리는 절대 직선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평균을 중심으로 위아래로 진동하면서 확장과 수축을 오가고, 이 진동은 자기 강화적 성격을 가집니다. 시장이 좋아 보일수록 자본이 몰리고, 자본이 몰리면 가격이 더 오르며, 결국 펀더멘털이 따라오지 못해 기대가 무너지는 식입니다.
막스가 정확한 시점을 맞히려 하지 말라고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내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있다"고 표현합니다. 평균보다 낙관에 가까운 시기인지, 평균보다 비관에 가까운 시기인지를 점검하는 것이 그의 사이클 사고법입니다.
이 관점은 매수·매도 시점 자체를 결정해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같은 자산을 사더라도 시장의 분위기가 어느 쪽에 치우쳐 있는지에 따라, 똑같은 매수가 가져오는 기대 수익률과 위험은 크게 달라집니다.
- 시장의 평균 분위기보다 더 낙관적인지, 비관적인지 점검한다
- 신용 스프레드, 발행 시장의 활발함, IPO 분위기는 사이클 위치의 단서다
- 가격이 좋은 시나리오를 이미 모두 반영하고 있지 않은지 확인한다
리스크는 변동성이 아닌 영구 손실 가능성이다
학계에서는 표준편차(변동성)를 위험의 대리지표로 삼지만, 막스는 "변동성은 위험의 근사일 뿐"이라고 비판합니다. 진짜 위험은 영구히 회복되지 않는 자본 훼손입니다. 일시적으로 가격이 흔들렸더라도 펀더멘털이 살아있다면 손실은 회복될 수 있지만, 과도한 부채로 부도가 나거나 산업 자체가 사라지면 회복은 어렵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좋은 투자란 가능한 한 큰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고, 동시에 영구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낮은" 자산을 찾는 일입니다. 막스는 부실채권 시장에서 이 기준을 적용했고, 위기 때 패닉 매도가 나오는 자산에서 이런 비대칭 보상비를 자주 발견했습니다.
- 레버리지가 과도한 기업은 일시적 충격에도 영구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 현금흐름이 약하고 만기 부채가 가까운 기업은 사이클 침체에 취약하다
- 같은 수익률 기대치라도 손실 폭이 작은 쪽이 더 좋은 투자다
투자 심리는 사이클의 진폭을 키운다
막스는 메모 곳곳에서 시장 참여자의 심리를 사이클의 가장 강력한 변수로 꼽습니다. 사람들은 좋은 시기에 더 좋아질 것을 예상하고, 나쁜 시기에는 더 나빠질 것을 예상합니다. 이 비대칭이 가격 변동의 진폭을 키우고, 결과적으로 똑같은 자산이 시기에 따라 전혀 다른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을 만듭니다.
심리는 측정하기 어렵지만, 행동의 흔적으로 점검할 수 있습니다. 신문 헤드라인의 톤, 기관 투자자의 자금 흐름, 신규 상장 활성도, 위험자산에 대한 프리미엄 축소 등이 단서가 됩니다. 모두가 비슷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그 이야기가 이미 가격에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두 번째 단계의 사고"가 차이를 만든다
막스가 자주 인용하는 개념이 "second-level thinking", 즉 두 번째 단계의 사고입니다. 첫 번째 단계의 사고는 "이 회사는 좋은 회사니까 주식을 사야 한다"입니다. 두 번째 단계의 사고는 "이 회사가 좋다는 사실을 시장이 이미 알고 있는가? 가격에 어디까지 반영되었는가? 시장의 컨센서스와 다른 시각이 가능한가?"를 묻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반대 의견을 가지라는 뜻이 아닙니다. 컨센서스와 다르되, 그 차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막스는 "남들과 다르고, 동시에 옳아야만 우월한 성과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이 두 조건은 동시에 충족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시장 평균을 이기는 것이 어렵다는 결론도 함께 따라옵니다.
- 시장이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매수 근거로 삼지 않는다
- 나만의 견해가 다른 이유를 한 줄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 내가 틀렸을 가능성도 함께 적어두면 자기 검증에 도움이 된다
방어적 포트폴리오가 우월한 장기 성과를 만든다
막스는 "공격이 아닌 방어"가 장기 성과의 더 큰 결정요인이라고 봅니다. 큰 손실을 한두 번 피하는 것이, 큰 수익을 한두 번 더 내는 것보다 누적 수익률에 더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50% 손실을 회복하려면 +100%가 필요하다는 단순한 산수가 이 명제의 근거입니다.
이 철학은 개인 투자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시장이 무엇을 줄지는 통제할 수 없지만, 자신의 노출 정도와 자산 배분, 위험 한도는 통제할 수 있습니다. 사이클 후반부에는 공격성을 줄이고, 사이클 초반부에는 천천히 위험을 늘리는 것이 그가 권하는 운영 방식입니다.
투자자가 점검할 질문
- 현재 시장 분위기가 평균보다 낙관에 가까운지, 비관에 가까운지 한 줄로 적어보았는가
- 신용 스프레드, 금리, 유동성 환경이 위험 선호를 자극하고 있지 않은가
- "좋은 자산"과 "좋은 가격"을 구분해서 판단했는가
- 내 매수 근거가 시장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에만 기반하지 않았는가
- 내가 틀렸을 때 잃을 수 있는 최대 손실 범위를 미리 계산했는가
- 하락장에서 6~12개월을 버틸 현금과 시간 여유가 있는가
- 매수·매도 결정에 감정이 아닌 사전 기준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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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 사고는 매수·매도 시점을 찍어주는 도구가 아니라, 지금 감수하는 위험이 보상에 비해 합리적인지 점검하게 하는 프레임입니다. 시장의 위치를 단정짓기보다 확률로 다루는 태도가 막스 사상의 핵심입니다.
— StockAnatomy
참고 자료
사진: kellywritershouse / Wikimedia Commons (CC BY 2.0) · 본문 사진: kellywritershouse / Wikimedia Commons (CC BY 2.0)